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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특별기고] 오래된 미래, 고전 한국 영화 - , 을 중심으로

기사입력 2026-04-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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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후반의 한국영화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국영화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작품이 많다. 수년 전,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만큼 한국 영화의 역사도 짧지만은 않지만, 멀티플렉스 이외의 극장,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유럽권 지역의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 흐름을 볼 때 한국 고전영화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흑백영화나 고전 영화, 필름 영화 고정관념을 부수며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영화 두 편을 꼽아보았다. 아래의 영화는 모두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KoreanFilm)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미몽>(양주남, 1936)의 주된 갈등 관계와 스토리는 아내와 남편, 자칭 세탁소집 아들의 치정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가족성이다. 남편의 잘못이나 발언, 전사(前史)를 궁금해하기 보다 지금 현재 앞에 벌어진 엄마-딸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분노를 만든다.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생각한다면 관객이 시원하게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나는 괜찮은데 정희가 걱정이다'는 남편의 말은, 남편 자기 스스로를 문제 당사자에서 제외하고 엄마-딸의 연결이 만들어지게 도움을 준다. 애당초 남성인 남편의 흠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이 영화의 목적인 '모던 걸 비판'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아빠는 아내와 정희의 캐릭터를 드러내도록 하는 장치로써 활용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캐릭터가 납작하고 여성이 도드라지는 캐릭터성을 보인다. 굉장히 아내 캐릭터가 '드세게' 나온다. 주체적임이 무-참회로 대체된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으며 '천벌'을 받는 스토리 구조는 지금의 아침 드라마와 그렇게 차이가 있지 않아서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익숙하다. 자신의 욕망대로 삶을 사는 도중에 우연하게 사고를 낸 아내는, 남성 권력에 도전하면 '천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은유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내는 조롱에 든 새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남편이 자신의 딸을 달래려 하는 컷에서 화면의 오른쪽 위의 새장을 걸리게 보여주는 것은 집에 갇혀있는 아내를 새장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통해 은유한다. 지금에서야 관객인 전문적인 영상을 지속적으로 소비해 온 '프로 소비자'여서, 영상 문법을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알고는 있지만, 그 당시 대중영화로써는 대단히 세련된 방법이었을 것이다. 47, 등급정보없음, 문예봉, 유선옥, 홍승옥 등 출연.

<피아골>(이강천, 1955)은 한국전쟁 직후, 지리산에 잠복한 빨치산(파르티잔, Partisan) 부대의 파멸을 다룬 반공 휴머니즘 영화다. 전쟁과 사상에 휘말린 빨치산 대원들의 폭력성과 내면 갈등이라는 주제로, 주인공을 비롯한 빨치산들이 점차 인간다운 감정을 잃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비극을 조명한다. 극 중 주인공 철수와 애란 등 빨치산 대원들의 환멸과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전쟁과 이념의 굴레 속 인간성을 강조한다. 한국 영화사에서 리얼리즘과 분단 영화로써 중요한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고전이다.

 

이 영화는 앰비언스(Ambience)라고 불리는 소리가 없다. 앰비언스는 변화가 있으며 현장이 어떤 곳인지 알게 해주는 현장음이다. 고담시(Gotham City, DC 코믹스의 가상의 장소)의 사이렌, 엘리베이터의 공간 소리나 건물 밖 상인의 소리 등 관객에게 극이 진행되는 공간을 알려주는 등의 확장으로서도 기능하고 장소의 전환을 표현할 수 있다.

 

피아골에서는 앰비언스를 포함해 발소리 같은 효과음, 폴리(Foley)가 적게 들어간다. 폴리와 앰비언스의 자리에는, 어쩌면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는 배경음악이 들어간다. 지금 구현하기도 힘든 산중 촬영에서 감독은, 영화 촬영 후 대사를 덧입히는 후시 녹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소리를 빼는 작업이 아니라 하나씩 더하는 작업으로 후반 작업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관객이 보는 건 촬영 현장이 아니라 '영상'이다. 소리는 그냥 장소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의 소리다.

 

소리는 움직임이다. 움직일 때 공기가 진동되어 귀에 닿아 소리가 난다. 영화 볼 때 나오는 소리와 실제로 물건, 인물이 주는 소리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지금에서는 영화적인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세련된 영화를 보아온 관객에게는 영상과 음성의 불일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06, 전체관람가, 노경희, 이예춘, 김진규 등 출연.

 

고전 영화는 고전이라는 여러 뜻에서 찾아볼 수 있듯 지금 영화를 보는 세대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완전히 다른 제작 환경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거나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어떻게 대중에게 전파되는지, 또 당시는 어떤 상황이 있었고 영화 제작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분석할 수 있다. 투박할 것만 같은 고전 영화 속에서 영상 언어의 깊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드는 감독과 스태프, 환경의 다사다난함을 느껴보자.
 

독자 옥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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