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시민들의 생활 안정을 돕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민생지원금 지급이라는 당장의 결과만큼이나 앞으로 이 제도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운용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해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영서 의원은 「김해시 민생지원금 지원 조례 제정조례안」의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민생지원금 지급 자체의 필요성과 함께 향후 조례가 반복적으로 활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민생지원금 지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것인가’다.
현 조례안은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위기가 발생한 경우 시장이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급금액과 지급기준, 지급범위, 지급절차 등도 시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설승표 의원은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 여부와 범위가 사실상 시장의 판단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지급요건과 지급기준, 지급대상 등을 조례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시장에게 집중된 판단 권한을 보완할 별도의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현주 의원은 조례에서 민생지원금을 ‘한시적·일회성 지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조례 자체는 한시조례가 아닌 만큼, 조례가 존속하는 동안 시장이 사회·경제적 위기라고 판단할 경우 향후에도 전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시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의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별도의 위원회를 두고 심의와 자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 등에 대규모 전 시민 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선심성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개인의 판단을 넘어서는 객관적인 심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시민 신뢰를 위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지원 대상과 지급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정헌 의원은 지급기준일 이후 발생하는 출생이나 자격변동 등을 어느 범위까지 소급해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대상을 넓게 산정하고 있는 점을 짚었다.
실제 심사자료의 비용추계에는 내국인·영주권자·결혼이민자뿐 아니라 향후 3개월간의 ‘출생예상자 693명’까지 지급대상에 포함돼 있다. 반면 조례에서는 지급기준일을 기준으로 지급대상을 정하도록 하고 있어 기준일 이후 출생자 등을 어느 시점까지, 어떤 근거로 포함할 것인지 보다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절차의 적정성 역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민생지원금 지급 필요성과 추석 전 지급 일정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사안임에도 조례 제정과 예산 편성을 보다 일찍 준비하지 못한 채 원포인트 임시회까지 열어 조례안을 처리하게 된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수백억 원의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지급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관련 조례의 적정성과 지급 대상 및 기준,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급 시기를 먼저 정한 뒤 이에 맞춰 조례와 예산 처리 일정을 촉박하게 진행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번 민생지원금 사업에는 심사보고서상 총 544억5,756만6천 원이 소요되며 전액 시비로 추진될 예정이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에서도 전액 시비로 재원을 조달하는 만큼 김해시 가용재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상임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지급기준과 시장의 재량 범위, 위원회 설치 등 조례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조례 구조를 크게 수정할 경우 후속 절차가 늦어지면서 추석 전 민생지원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결국 이번에는 시민들에게 약속된 지급 일정 등을 고려해 조례를 우선 처리하고, 상임위원회에서 제기된 제도적 문제들은 향후 조례 개정을 통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정리됐다.
최종 수정안에는 미사용 민생지원금 관리와 관련해 기존의 ‘사용되지 아니한 민생지원금 잔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회수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반면 사회·경제적 위기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과 지급요건·지급대상 구체화, 시장의 지급 결정 권한을 견제할 장치, 별도 심의위원회 설치, 선심성 지원 논란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 지급기준일 이후 출생자의 적용 범위, 행정절차의 적정성, 544억 원이 넘는 시비 투입에 따른 재정 영향 등 상임위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들은 이번 수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민생지원금의 취지와 추석 전 지급 필요성을 고려해 이번 조례가 우선 처리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다.
시민을 위한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의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이라면 ‘지원할 것인가’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지원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 역시 지방의회의 중요한 책무다.
이번 상임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조례 개정 과정에서 다시 충분히 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김영서 김해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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